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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6 호 “지피티야, 내 사주 봐줘”…MZ세대 ‘AI 사주’ 열품

  • 작성일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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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8
이윤진

▲ AI 사주와 관련해 챗GPT가 생성한 사진(사진: 챗GPT)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업무용 도구에 머물지 않고, 청년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이용자는 문서 작성이나 번역, 학습 보조 등 ‘업무용’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 대화나 심리 상담, 그리고 최근에는 ‘사주풀이’까지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개인의 감정과 고민을 들어주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점술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상 대화부터 사주까지 사용되는 AI

  오픈AI가 미국 하버드대 등과 함께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한 챗GPT 사용자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챗GPT 대화 중 73%가 일상 대화 등 비업무 관련 내용이었다. 연구 기간 동안 챗GPT를 업무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47%에서 27%로 줄었고, 업무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53%에서 73%로 늘었다.

이에 대해 오픈AI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론 채터지는 “챗GPT가 사람들의 삶의 다양한 부분에 점점 스며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18~25세 이용자가 전체 메시지의 절반가량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나, AI의 일상화는 청년층에서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바로 ‘AI 사주’의 유행이다. AI가 ‘업무 생산성 도구’를 넘어 청년들의 일상적 고민 상담자로 역할을 확장하면서, 전통적인 사주 문화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고 있다. 검색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간 네이버에서 ‘챗GPT 사주’, ‘챗지피티 사주’ 키워드 검색량은 각각 7만5100건, 6만85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2만1500건·1만4600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AI와 운세가 결합한 ‘AI 사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청년들이 손쉽게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2년 7월 발표한 ‘Z세대를 중심으로 본 점·운세 이용 실태’에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데 관심이 많은 Z세대는 점·운세도 자신을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어 “Z세대는 운세를 통해 자신의 성향·성격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면서 “운세를 보는 Z세대 비율이 68.4%로 전 세대 중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즉, AI 사주를 찾는 청년들은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자기 이해와 성향 파악을 위해 디지털 점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챗GPT나 사주 앱을 통한 질문 행위는 개인적인 고민 해소와 자기 탐색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셈이다.

편리함이 장점인 AI 사주

  챗gpt는 실제 점술가처럼 사용자의 생년월일과 질문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운세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챗GPT에게 전반적인 사주팔자를 물었을 때 ▲사주의 핵심 특징 분석 ▲성격 및 성향 ▲직업 및 재물운 ▲애정운 및 결혼운 ▲대운(운의 흐름) ▲전체 운세 정리 ▲조언 순으로 체계적인 답변을 제공했다. 뜸 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답을 주는 점도 이용자 만족도를 높인다.

  MZ세대가 AI 사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비용 부담과 시간·장소 제약 없이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직접 점집을 방문하거나 유료 사주 앱을 이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AI 사주는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질문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SNS에서도 반응은 뜨겁다. X(옛 트위터)에는 “챗GPT로 무료 사주 보는 법”, “취업운 사주 봤는데 진짜 용하다” 등의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며, AI 사주 이용 후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확산하는 ‘AI 점술’ 서비스

  AI 사주가 인기를 끌면서, 사주·운세·타로 등 점성술 관련 모바일 앱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들 앱은 방대한 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한 개인 맞춤형 운세 정보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앱 ‘점신’은 AI 딥러닝 기술을 통해 방대한 운세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운세를 제시하고, ‘포스텔러’는 자체 개발한 FAS(Fortune Analysis System)을 기반으로 사주, 토정비결, 타로, 별자리, 해몽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앱 ‘점신’을 접속하면 오늘의 운세 보고서는 물론, 오늘 입고 나가야 할 옷이나 조심해야 할 행동까지 알려준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 연애, 학업, 사업에 관한 상담을 진행해 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포스텔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2월 62만 820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고, 올해에는 67만 8052명으로 늘었다. 사주 앱 ‘점신’ 역시 같은 기간 96만 7363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82만 9265명) 대비 16.6% 증가했다.

  이처럼 AI를 접목한 점성술 서비스는 ‘챗GPT 사주’ 열풍과 맞물려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점술 문화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상업화·자동화되면서, 청년층은 이제 점집이 아닌 앱을 통해 자신의 운세를 확인하는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또한, AI 알고리즘이 사람의 생년월일과 키워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리적 조언까지 제공하면서, 단순한 운세 앱을 넘어 ‘맞춤형 상담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안한 시대의 ‘위로 도구’로서의 AI

  AI 사주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불안한 사회 속에서 심리적 위안을 찾는 수단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취업, 인간관계 등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는 젊은층은 AI에게 미래 방향성을 묻고,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X(옛 트위터)에는 “챗GPT에 취업운을 물어봤는데 진짜 용했다. 7∼11월에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7월에 1지망으로 붙었다”고 게시물이 올라오고는 한다. 단순한 재미 이상의 감정이 담긴 후기들이다. 누군가는 불확실한 취업 시장 속에서 ‘나의 시기가 언제일까’라는 조언을 얻고, 누군가는 실패 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AI 사주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종의 심리적 장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연구로도 설명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AI 챗봇 ‘이루다 2.0’을 활용해 4주간 180여 명의 참여자에게 주 3회 이상 대화를 하도록 실험한 결과, 참여자들의 외로움 점수가 평균 15%, 사회불안 점수가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화형 AI가 외로움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실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청년들이 챗GPT를 통해 사주를 묻는 행위는 단순한 점술 놀이가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자기 탐색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상담’으로도 볼 수 있다.

믿음은 자유지만, 맹신은 금물

  전문가들은 AI 사주 열풍을 불안한 사회가 만들어낸 문화적 현상으로 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큰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미래를 미신적으로 알고자 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외부 조언에 의존하려는 성향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AI가 제공하는 위안과 조언이 실제 삶의 결정이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치게 몰입해 챗GPT가 점쳐준 미래대로만 행동하면 쉽게 결정론자로 빠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AI 사주는 위로와 방향성을 줄 수 있지만, 그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인 것이다.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일 뿐, 우리의 삶을 대신 결정해줄 존재는 아니다. AI가 전하는 ‘사주’는 참고일 뿐, 진짜 선택의 주체는 언제나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