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6 호 “러닝 시작했어요”…모두가 뛰는 시대, 도심 속 러너 공간 생기다
러닝 인구 천만 명인 시대, 남녀노소 달리기 열풍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러닝이 트렌드가 되었다. 특히 션, 박보검, 기안84 등 유명 셀럽들이 참여하는 러닝 크루가 알려지지며 유행이 가속화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즐기는 러닝은 단순히 달리기라는 건강한 활동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스포츠 패션과 활기찬 라이프스타일까지 다루는 힙한 문화가 되었다.
▲ 러닝하는 션과 기안84(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
통계로 본 러닝의 인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4 국민 생활체육 조사는 러닝의 인기 확산을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체육 활동 중 걷기(속보 포함)가 41.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으며 규칙적 참여자가 주로 하는 운동 1위도 걷기였다. 달리기는 참여 경험 6.8%, 규칙적 참여 4.9%로 상위권에 자리하였다. 눈에 띄는 점은 개인화된 운동 방식이다. 셀럽들의 러닝 크루가 유행을 선도하는 것과 달리 체육 활동 시에 혼자 한다는 응답이 35.3%로 가장 많았다. 오롯이 자신의 건강과 힐링에 집중하려는 건강 지향적 목적이 강하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러닝에 대한 관심은 소비까지 이어진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러닝’ 키워드 검색량이 4.5배 늘었다. 또한 러닝 전문매장 이용 수치를 2년 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전체 이용 건수는 203%, 이용 금액은 216%나 급증하며 러닝에 대한 높은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러닝은 가벼운 취미로 시작하는 건강한 생활이자 소비 트렌드다. 한때 러닝은 철저히 ‘운동 마니아’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헬스장 대신 거리로 나서는 러너들이 늘고 있고, 도심 속 짧은 러닝이 새로운 건강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의 러닝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이 약 400만개 이상, 러닝 크루의 등장과 함께 관련 온라인 게시물도 약 64만개 이상 게시되며 인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도심 속 러닝을 위한 러너 친화 도시
이처럼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일상적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도시 공간의 변화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도시는 이제 러너들이 언제 어디서나 달릴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가 조성한 ‘러너스테이션’과 ‘러너지원공간’은 그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는 지난해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을 개소하며 처음으로 도심 속 러너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러너 전용 탈의실과 파우더룸,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까지 갖춘 종합 공간으로, 개장 1년 만에 16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방문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반응을 토대로, 서울시는 러닝 인프라를 좀 더 접근하기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 지난 10월 22일 광화문역, 회현역, 월드컵경기장역 역사 내에 ‘러너지원공간(Runner’s Base)’을 새로 조성했다.
▲ 광화문역 러너지원공간 외관 (사진: 이윤진 기자)
광화문역에서 만난 러너지원공간
특히 광화문역 8번 출구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러너지원공간은 러너를 위한 ‘도심 속 쉼표’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소이다.러너지원공간은 도심 중심부라는 접근성이 장점인 공간으로, 탈의실, 물품보관함, 파우더존을 갖춘 간편형 러닝 거점이다.
이곳을 찾은 공간환경학부 학우는“역 안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어 재학생들이 이용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교 후나 학교 근처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7016 버스를 타고 광화문역에 내려 짐을 보관한 뒤 러닝하면 좋을 것 같다”며, “주변에 취미로 러닝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좋은 공간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러너지원공간 내 라커와 파우더룸(왼쪽 사진부터) (사진: 이윤진 기자)
인근 직장인들은 대부분 퇴근 후 소지품을 맡기고 간단히 옷을 갈아입기 위해 공간을 찾았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접근성이 좋아 퇴근 전 시간대에는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가 늘어나 동시에 사용하는 데는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또, 위치가 광화문역 1번, 8번 출구로 들어간 뒤 지하 2층에 위치해 있음에도 안내판이 눈에 띄지 않아 다른 출구로 진입했다면 찾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초행길 이용자를 위해 시각적인 안내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생활형 러닝 인프라 확대 기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지만, 도심 속에서 가볍게 뛰는 러너들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러너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근에는 러닝 크루나 동호회에 속하지 않아도, 혼자 자신만의 루틴으로 뛰는 ‘솔로 러너’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러닝이 하나의 ‘생활 습관’이 된 지금,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손쉽게 준비하고 달릴 수 있는 기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러너 친화적인 공간이 계속 늘어나길 바란다.
이윤진 기자, 장은정 기자